나는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자동차 부품사에서 5년째 영업과 원가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회사 매출의 대부분은 현대·기아차와 그 해외법인에서 나온다.
현기차 협력사이기 때문에 차량 할인 혜택도 있고, 취소 차량 리스트를 통해 빠르게 출고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런데 나는 올해 2월, 그 혜택을 모두 포기하고 테슬라 모델Y RWD를 계약했다. 아직 회사 동료 중에 테슬라를 계약했다는 사람도, 테슬라로 이직했다는 사람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나는 테슬라를 선택했을까.
수입차 역사상 단일 브랜드가 한 달에 1만 대를 넘긴 건 테슬라가 처음이다. 평택항에는 요즘 2~3천 대씩 입항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다.
협력사에 있으면 완성차의 미래 프로젝트 방향이나 큰 그림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자율주행 업무를 직접 담당하진 않지만,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기차와 테슬라의 방향성을 나름대로 비교해왔다.
테슬라는 10년 전부터 자율주행에 집중해왔다. 지금 모델Y에 탑재된 카메라 기반 시스템도 해를 거듭할수록 품질이 확연히 좋아지고 있다. 반면 현기차는 매년 모델 체인지마다 가격을 올리면서도 자율주행 기술에서는 아직 테슬라와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기계설계공학과를 졸업했지만 IT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테슬라를 자동차가 아닌 IT 기계로 본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차량의 기능 자체가 달라지고, 구매 이후에도 계속 진화하는 제품이다. 내연기관차나 일반 전기차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물건이다.
테슬라가 한국에서 수입차 1위가 됐다는 건,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브랜드 명성에서 기술과 가격 경쟁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우리 회사처럼 현기차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 입장에서는 마냥 남의 얘기로 볼 수 없다.
당장 눈에 보이는 위기는 없다. 하지만 변화는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온다. 그게 내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안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기록해나가려 한다.